- 헌법재판소 결정 취지를 올바르게 반영하고 모든 감청을 법원이 통제해야
- 정보기관 감청에 대한 신중 심의를 촉구하며 졸속 처리에 반대함
2020. 2. 20.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디지털정보위원회, 사단법인 정보인권연구소,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천주교인권위원회, 한국진보연대
1. 개정에 이르게 된 배경 : 국가정보원 패킷감청 헌법불합치 결정
○ 2018. 8. 30. 헌법재판소는 국가정보원 인터넷회선 감청(이른바 ‘패킷감청’) 사건에 대하여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였음(2018. 8. 30. 2016헌마263 결정).
- 현행 통신비밀보호법 제5조 제2항이 인터넷회선 감청의 집행 단계나 집행 이후에 수사기관의 권한 남용을 통제하고 관련 기본권의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적 조치가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으므로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한다는 취지임.
- 특히 헌법재판소는 통신제한조치의 집행으로 인하여 취득한 전기통신의 내용이 통신제한조치의 목적이 된 범죄 외에 이와 관련되는 범죄를 수사·소추하거나 그 범죄를 예방하기 위하여도 사용이 가능하므로(법 제12조 제1호), 감청이 특정 범죄수사를 위한 최후의 보충적 수단이 아니라 애당초 법원으로부터 허가받은 범위를 넘어 특정인의 동향 파악이나 정보수집을 위한 목적으로 수사기관에 의해 남용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보았음.
- 정보수사기관의 올바른 감청 통제 방안과 관련하여, 헌법재판소는 미국과 독일, 일본 등 해외 입법례를 검토하면서 수사기관이 감청 집행으로 취득한 자료에 대한 처리 등을 법원이 객관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할 것을 구체적으로 제안함.
○ 그러나 정부와 협의하여 발의한 것으로 알려진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송기헌 의원 대표발의, 이하 ‘정부안’)의 경우 정보수사기관의 감청을 법원 등이 객관적으로 통제해야 한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음. 우리 단체들은 법원의 정보기관 감청 통제 제도 신설을 위하여 충분한 심의가 필요한 바 2월 임시국회에서 통신비밀보호법 정부안을 졸속으로 처리하는 것에 반대함.
- 최근 (구)국군기무사령부가 세월호TF에서 전파관리소를 동원하여 일반시민에 대해 무작위로 감청한 데 이어, 휴대전화 감청 장비를 불법 제조하고 대규모 불법감청을 실시한 혐의도 드러났음. 국회는 (구)기무사 뿐 아니라 정보수사기관의 감청 남용 실태를 파악하고 국정조사에 나설 필요가 있음.
- 정보수사기관의 감청에 대한 올바른 통제가 시급한 사회적 과제로 떠오른 이때, 국회는 감청 통제 제도를 개선할 수 있는 역사적 기회 앞에서 정보기관의 감청이 올바르게 통제되기를 바라는 국민적 우려와 기대를 저버려서는 안 될 것임
헌법재판소 결정문에 소개된 해외 입법례 ○ 미국은 전기통신비밀보호법에서 수사기관으로 하여금 법원이 요구하는 경우 주기적으로 감청집행에 관한 경과보고서를 법원에 제출하도록 하고, 감청 종료 직후 감청자료를 감청을 허가한 판사에게 봉인하여 제출하도록 하며, 감청자료의 보관 내지 파기 여부는 판사가 결정하도록 하고 있음. ○ 독일은 형사소송법에서 수사기관으로 하여금 법원에서 허가한 요건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경우 감청을 지체 없이 종료하고 법원에 보고하도록 하고, 법원은 요건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아니한 경우 처분의 중단을 명할 수도 있음. 감청 종료 후에도 수사기관은 감청결과를 법원에 보고하여야 하고, 감청집행결과 사적인 생활형성의 핵심적 영역으로부터 인지한 사실임이 확인되면 그 사용이 금지되고, 해당 기록을 즉시 삭제하여야 함. 또한 감청집행사실을 통지받은 당사자는 통지받은 때로부터 2주 내에 법원에 감청의 적법성 심사를 청구할 수 있음. ○ 일본은 범죄수사를 위한 통신방수에 관한 법률에서 수사기관이 감청을 중단하거나 종료한 때에 입회인이 봉인한 기록매체를 영장을 발부한 법원에 제출하도록 하고, 허가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 법원이 해당 통신감청처분을 취소하고, 범죄와 무관하거나 감청에 위법이 있는 경우 기록을 삭제하도록 사후통제절차를 마련하고 있음. 당사자는 자신이 어떠한 내용의 감청을 당했는지 확인하기 위하여 법원에 감청 기록 및 원기록 중 통신의 청취·열람·복사를 청구할 수 있고, 해당 통신감청에 관한 법원의 재판이나 수사기관의 처분에 불복할 수 있음. |
2. 개정안 제12조의2 신설조항에 반대함
○ 정부안은 감청 통제 대상을 범죄수사를 위한 인터넷회선 감청(패킷 감청)으로만 제한하였음. 이는 헌법재판소 결정 취지를 축소 반영한 것임.
- 헌법재판소는 해외 감청 통제 제도를 상세히 소개하며 정보수사기관 감청 전반에 대한 통제 제도의 부재를 지적하였음. 헌법재판소가 소개한 미국·독일·일본의 감청 통제 제도는 모든 감청 수법을 통제 대상으로 삼고 있음.
▶ (대안) 감청 통제를 인터넷회선 감청 수법에 국한하여 적용할 것이 아니라 모든 수법의 감청을 통제하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헌법재판소 결정 취지에 부합함. |
- 나아가 감청 통제 제도는 범죄수사를 위한 일반·긴급 통신제한조치(제6조·제8조) 뿐 아니라 정보수사기관의 국가안보를 위한 통신제한조치(제7조)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마땅함.
○ 정부안은 감청 자료를 “제12조제1호에 따라 사용하거나 사용을 위하여” 보관하도록 허용하였음. 감청 자료를 이처럼 광범위한 목적으로 보관하고 사용하는 것은 특정인의 동향 파악이나 정보수집을 위한 목적으로 남용될 우려를 낳음.
- 현행 제12조제1호는 감청 결과를 통신제한조치의 목적이 된 범죄 외에도 이와 관련되는 범죄를 수사·소추하거나 그 범죄를 예방하기 위하여 사용하도록 하였기 때문에, 헌법재판소는 결정문에서 이 조항을 직접 언급하면서 “특정인의 동향 파악이나 정보수집을 위한 목적으로 수사기관에 의해 남용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지적하였음. 헌법재판소가 지적한 감청 자료 남용 문제를 방지하기 위하여는 감청 자료를 통신제한조치의 목적이 된 범죄를 수사·소추하기 위한 목적을 넘어 예방하기 위하여 사용하도록 한 예외를 삭제해야 마땅함.
- 나아가 정부안은 심지어 감청 자료를 제12조제1호를 따라 실제로 사용할 때 뿐 아니라 장래의 ‘사용을 위하여’ 보관하도록 하여 남용 가능성을 더욱 높임. 이는 감청 결과를 특정 범죄수사를 위한 최후의 보충적 수단이자 애당초 법원으로부터 허가받은 범위 안에서 보충적 수단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통신비밀보호법의 제정 취지 및 헌법재판소 결정 취지에 반하는 내용임.
- 독일의 경우 감청집행 결과가 사적인 생활형성의 핵심적 영역으로부터 인지한 사실임이 확인되면 그 사용이 금지되고, 해당 기록을 즉시 삭제하도록 하고 있음.
▶ (대안) 정부안에서 ‘사용을 위하여’ 구문은 반드시 삭제되어야 하며, 감청 결과를 ‘범죄를 예방하기 위하여’ 사용하도록 한 제12조제1호 또한 동반 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함. |
- 한편 사적인 생활과 관련된 내용이 아닌 경우 감청 자료를 함부로 폐기하지 않도록 하고 당사자의 열람과 불복 청구를 보장해야 함.
○ 정부안은 당사자의 권리를 보장하고 있지 않음. 올바른 감청 통제를 위해서는 감청 자료에 대한 당사자의 청취·열람·복사권을 보장해야 할 뿐 아니라 통신제한조치의 집행의 적법성에 대한 심사 청구 또한 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함.
- 독일의 경우 당사자가 법원에 감청의 적법성 심사를 청구할 수 있으며, 일본의 경우 감청 기록 및 원기록 중 통신의 청취·열람·복사를 청구할 수 있고 해당 통신감청에 관한 법원의 재판이나 수사기관의 처분에 불복할 수 있는 제도를 두고 있음.
▶ (대안) 감청 자료 남용을 방지하고 당사자의 권리보호를 위하여 통신제한조치의 집행에 관한 통지를 받은 자가 기록매체의 보관을 명한 법원에 통신제한조치의 집행의 적법성에 대한 심사를 청구하면서 기록매체의 전부 또는 일부의 복사를 청구할 수 있도록 보장할 필요가 있음. |
○ 정부안은 신설 조항 위반 행위에 대하여 아무런 처벌 조항을 두고 있지 않음.
▶ (대안) 정보수사기관이 감청 자료 보관 청구, 승인청구서 첨부, 폐기 규정 및 폐기결과보고서 첨부를 위반하였을 경우 처벌하는 조항을 두어야 함. |
3. 인터넷 회선 감청 수법 사용을 제한해야 함
○ 정부안은 감청 통제와 별개로 인터넷 회선 감청의 사용 자체를 제한하지 않음.
- 헌법재판소는 “인터넷회선 감청은 법원이 이를 허가하는 단계에서 범죄 관련 정보로 감청 범위를 제한하더라도, 실제 집행 단계에서 허가서에 기재된 피의자 내지 피내사자의 통신자료뿐만 아니라 단순히 동일한 인터넷회선을 이용할 뿐인 불특정 다수인의 통신자료까지 수사기관에 모두 수집⋅저장되므로 수사기관이 인터넷회선 감청을 통해 취득하는 개인의 통신자료의 양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방대할 수 있”다고 지적함.
- 그러나 정부안은 인터넷회선감청(패킷감청)을 수사기법으로서 광범위하게 허용하겠다는 전제 아래, 인터넷회선 감청의 결과물의 관리를 강화하려는 취지만을 가지고 있음.
- 인터넷회선감청의 기본권 제한이 중대하다는 헌법재판소 결정 취지를 반영하지 않고 후속조치의 명목으로 인터넷회선 감청 결과만을 관리하려는 정부안을 추진하는 것은 매우 위험함.
▶ (대안) 정보통신망에 의하여 송·수신되는 전기통신을 대상으로 하는 통신제한조치는 기술적으로 특정·분리할 수 있는 한 통신제한조치의 대상이 되는 전기통신역무 또는 인터넷서비스의 종류·유형을 특정하여야 하며, 그 해당자가 사용하는 인터넷회선에 대한 통신제한조치는 특정·분리의 조치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고 개별적인 전기통신역무 또는 인터넷서비스에 대한 통신제한조치로는 감청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에 한정하도록 법률로써 제한해야 함. |
4. 소결
○ 통신비밀보호법 정부안(송기헌 의원 대표발의)은 정보수사기관 감청을 객관적으로 통제해야 한다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제대로 반영하였다고 볼 수 없음. 헌법재판소가 지적한 정보수사기관의 감청 집행 전체적으로 자료 남용 우려를 해소하거나 인터넷회선감청을 통제하기 위하여 소개된 해외 선진 입법례를 충실히 검토했다고 보기에도 어려움.
○ 국회는 최근 드러난 (구)기무사를 비롯한 정보수사기관의 감청 남용 실태에 대해 파악 및 조사하고 정보수사기관의 감청을 올바르게 통제하는 등 국민의 통신비밀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기 위하여 충분하고 신중하게 심의해야 할 것임. 특히 개회일이 얼마 남지 않은 국회에서 졸속으로 통신비밀보호법 정부안을 심의하는 것에 반대함. <끝>
※ 의견서 다운로드 [20200221송기헌정부안통비법반대의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