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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국 생체인식 AI식별추적 시스템 위헌소송, 헌법재판소 각하 결정 유감

공공장소에서 개인의 얼굴·동작 추적 인공지능, 중대한 인권 침해 사실에 변함 없어

헌법재판소는 2월 26일 법무부 출입국 AI 식별추적 시스템에 대하여 제기된 헌법소원을 각하하였다. 이 사건은 2019년부터 2021년까지 법무부와 인천출입국·외국인청장,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인공지능(AI) 식별추적 시스템 개발사업’을 추진하면서 내국인 5,760만 건 및 외국인 1억 2천만 건에 달하는 국적, 생년, 성별 등의 개인정보와 얼굴사진을 복수의 민간기업에 AI 알고리즘 학습데이터로 제공하였다는 사실이 언론보도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일었던 사건이었다. 

내국인과 외국인으로 구성된 헌법소원심판 청구인들은 출입국 심사 목적으로 수집·보관된 사진 등 개인정보를 학습데이터로 이전하여 민간기업들이 처리하도록 한 것이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비롯한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였다고 보았다.

법무부를 비롯한 관련 당국은 이 시스템이 자신의 개인정보를 처리하였는지 확인해 달라는 청구인들의 열람 요구와 개인정보분쟁조정에도 제대로 응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대량의 데이터에서 청구인을 식별할 수 없다거나, 시스템과 데이터를 파기하였기 때문에 처리 사실을 확인해줄 수 없다는 이유였다. 국가가 출입국 심사 목적으로 수집·보관된 개인정보를 대량으로 민간기업 알고리즘 개발을 위해 목적 외로 활용하였으면서 그 피해사실조차 확인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청구인들은 마지막으로 헌법재판소에 위헌여부를 확인해 달라고 호소하였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형식적 이유를 들어 우리나라에 출입국 경험이 있는 국민과 외국인 대다수에 해당할지도 모르는 대규모 인권 침해를 외면하였다. 

헌법재판소는 시민사회의 문제제기로 안면데이터를 학습데이터로 활용하는 이 사건 사업은 종료되었고, 안면데이터도 파기되었기 때문에 권리보호이익이 없다고 보았다. 그러나 피청구인들이 사업이 종료되고 데이터가 파기되기까지 안면데이터를 활용한 것의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그 위헌성이 확인될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권리보호이익이 소멸하였다고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또한 헌법재판소는 권리보호이익의 소멸을 전제한 다음 반복의 위험성을 단정하기 어렵다며 심판의 이익도 없다고 보았다. 그러나 안면데이터가 활용될 수 있는 상황 그 자체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위험이기 때문에 반복의 위험성은 존재하는 것이고, 따라서 심판의 이익이 없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납득하기 어렵다.

또한 헌법재판소는 안면데이터와 같은 개인정보를 이용하지 못하게 금지하는 규정을 제정할 작위의무가 헌법으로부터 도출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작위의무는 헌법의 명문규정, 관련 기본권 및 법령의 해석, 기본권 보호의무 등으로부터 도출되기 때문에, 헌법이 보장하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과 국제인권조약에 따른 국가의 법적의무로서 안면데이터 활용으로부터 시민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입법으로 보호할 의무는 도출된다고 보아야한다. 헌법재판소의 위와 같은 판단은, 인공지능 시대에 인권을 보호해야할 국가의 헌법성 책무를 협소하게 해석한 것으로서 부적절한 판단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헌법재판소의 이번 각하결정은 데이터기반기술인 AI의 학습데이터 처리가 유발할 수 있는 기본권 침해를 도외시한 무책임한 결정이다. 알고리즘만 남기고 데이터 및 그 처리 기록을 모두 파기해 버린 불투명하고 무책임한 국가의 행위가 헌법적인 판단조차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가가 내국인과 외국인의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용으로 처리하였으면서 피해를 구제하기는 커녕 최소한의 사실 확인조차 회피한 것은 인공지능 시대 책무성과 투명성 원칙 면에서 매우 부적절한 선례로 남을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실망스런 결정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얼굴과 동작을 추적하는 AI 시스템은 중대한 인권 침해임에 분명하다. 특히 공항과 같은 공공장소에서 개인의 민감한 생체정보를 식별하여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것은, 개인정보에 대한 자기결정권 등 많은 사람의 기본권에 대규모로 영향을 미치고, 지속적으로 감시받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일반적 행동자유권뿐 아니라 집회의 자유 등 기본권의 자유로운 행사를 제약할 수 있다. 

오늘날 그 어느 때보다 AI가 빠른 속도로 일반 시민의 삶과 노동에 침투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헌법재판소가 AI의 인권 침해에 대한 기준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저버린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 통제받지 않는 국가 권력으로부터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해야할 사명을 지고 있는 헌법재판소가 보다 적극적인 판단으로 AI 학습데이터의 인권 기준에 대한 실체적 판단에 이르렀어야 했다. 동일하거나 유사한 형태로 공공기관이 보유한 데이터를 활용하여 AI 고도화 사업이 추진될 가능성이 얼마든지 존재한다는 점에서 헌법적 해명의 필요성이 긴절하였으나, 헌법재판소는 고유의 사명을 저버렸다. 

앞으로도 우리 시민사회는 AI의 인권침해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놓치 않을 것이다. 특히 경찰을 비롯한 법집행기관이 공공장소에서 시민의 얼굴이나 동작 등 생체인식을 통해 실시간으로 식별하고 추적하는 사건이 발생할 경우 헌법적 정당성을 계속해서 묻고 추궁할것이다. 시민의 인권을 위협하는 AI 시스템은 우리의 미래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끝.

 

2026년 3월 3일

디지털정의네트워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디지털정보위원회, 정보인권연구소, 참여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