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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프라이버시 특별보고관, “영장없는 통신이용자정보 수집은 국제인권법 위반, 개선해야” 한국정부에 혐의서한 발송

- 정부, 아직 혐의서한에 답변하지 않아…

- 시민사회단체, 정부와 국회「전기통신사업법」개정해야

[보도자료 PDF 보기]

1. 유엔 프라이버시 권리에 관한 특별보고관(UN Special Rapporteur on the right to privacy) 아나 브라이언 누그레레스(Ana Brian Nougrères)는 2025. 5. 1. 한국 정부에 전기통신사업법상 통신이용자정보 제공제도가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이하 “자유권 규약”)’ 등 국제인권법에 위반한다는 혐의서한(Allegation Letter, (AL KOR 1/2025)을 발송했다. 위 서한은 누그레레스 특별보고관이 지난 2월28일 한국에 비공식방문하여 국회의원 간담회, 세미나 및 시민사회 간담회(관련 내용: https://www.opennet.or.kr/26090 참조)를 통해 수집한 제보를 검토한 뒤 발송된 서한이며, 비공개 기간인 60일 후인 7월에 공개되었다.

2. 혐의서한이란 유엔인권이사회의 권능을 위임받아 인권상황을 감시하는 특별보고관이 기 발생한 인권침해상황을 종식시키기 위해 해당 회원국에 보내는 공식서한이며 60일간 해당 회원국은 그 서한에 대해 답변할 수 있으며 그 기간이 끝나면 답변과 함께 공개된다. 60일동안 한국 정부는 위 서한에서 특별보고관이 요청한 사항에 대해 답변을 하지 않았다.

3. 특별보고관은 혐의서한을 통해 검찰이 2023년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를 수사한다는 명목으로 3,000명이 넘는 언론인 등의 통신이용자정보를 수집한 사례를 우려되는 대표적인 사례로 언급했다. 검찰은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 한 사람의 명예훼손을 수사한다는 이유로 사건과 직접 관련성이 없는 시민사회 활동가, 일반인, 정치인들까지 통신이용자정보를 무더기로 수집했고, 통신이용자정보 제공 사실에 관한 통지를 자의적으로 법상 최장기간 6개월 유예했다. 정보인권 시민사회단체들은 당시 검찰에게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했지만 검찰은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고, 명예훼손 수사도 대선 이전 자체종결했다.

4. 나아가 특별보고관은 혐의서한에서 2022년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을 통해 사후통지제도가 도입된 것을 환영하면서도,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이 여전히 자유권규약 제17조가 보장하는 프라이버시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특별보고관은 전기통신사업법이 여전히 수사기관이 통신이용자정보를 영장없이 수집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영장없는 통신이용자정보 수집을 허용하는 전기통신사업법이 프라이버시권을 보장하는 자유권규약 제17조와 적법절차를 보장하는 자유권규약 제14조에 위반될 수 있음을 지적했다.

5. 특별보고관은 한국 정부에 ▲ 관련 혐의 사실에 대한 추가 정보 및 의견 ▲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이 적법성 원칙, 투명성, 비례성 원칙 등을 준수하여 국제인권법에 부합하는지에 대한 설명 ▲ 언론인, 활동가, 인권 옹호자, 정치적 반대세력에 대한 전기통신사업법의 남용방지를 위해 취한 조치 ▲ 정치적 비판자에 대한 수사 및 수집된 정보의 보관 현황에 대한 정보 제공을 요청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한국 정부는 이에 대한 공식적인 답변을 특별보고관에게 제출하지 않은 상황이다.

6. 참고로 유엔자유권위원회(직역: 유엔인권위원회)도 2015년 제4차 대한민국 정부보고서에 대한 최종견해에서 통신이용자정보제공제도(당시에는 “통신자료제공제도”)에 대해 영장에 기하여 정보제공이 이루어질 것을, 유엔 전 프라이버시 특별보고관 조셉 캐너타치(Joseph Cannataci)도 2019년 방한조사보고서를 통해 영장에 의한 통신이용자정보 제공 통제를 권고한 바 있다. 국제인권법을 관장하는 다자간조약기구와 유엔인권이사회의 특별절차 모두 우리나라의 통신이용자정보제공제도를 개선할 것을 이미 권고한 셈이다.

7. 이번 혐의서한은 국가가 범죄수사를 위해 통신이용자정보를 수집할 때는 영장주의 적용이 필수적이라는 국제인권법의 기본원칙을 다시금 명확히 확인했다는 점, 윤석열 전 대통령의 명예훼손 수사를 명목으로 영장없이 무더기로 통신이용자정보를 수집한 검찰의 책임을 간접적으로 확인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또한, 사후통지제도만으로 충분하다는 2022년 헌법재판소 결정이 국제인권법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도 확인했다. 정부와 국회는 특별보고관의 지적과 같이 국제인권법에 부합하지 않는 전기통신사업법을 하루 빨리 개정할 필요가 있다. 끝.


▣ 붙임1: 혐의서한(비공식번역본)

※ 원문: AL KOR (1.2025)

 

프라이버시 권리에 관한 특별보고관의 혐의서한

 

문서번호: AL KOR 1/2025

(답변에 이 참조를 사용하십시오)

2025년 5월 1일

친애하는 한국 정부 귀중

저는 인권이사회 결의  55/3에  따른 프라이버시권 특별보고관 자격으로 여러분께  서한을 보내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관련하여, 저는 사건 수사 과정에서 사생활과 가족생활에 대한 중대한 침해를 야기할 것이 우려되는 전기통신사업법의 적용과 관련하여 저희가 받은 제보를 정부에게 알려드립니다. 위 법률은 검사와 수사기관의 장이 사법부의 승인 없이 이용자의 정보를 대량으로 수집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권한은 정부를 비판하는 사람들을 수사하는 데 자의적으로 사용되어 왔다고 합니다.

접수된 제보에 따르면

2023년, 현직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언론인을 수사하는 검찰이 3,000명이 넘는 휴대폰 이용자의 이용자정보를 요청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이는 취재원을 찾기 위한 시도였다고 보고받았습니다.

2023년에 대한민국 3대 통신사가 통신이용자정보 제공 요청을 85만 건 이상 받은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필요한 정보는 영장 없이 제공을 요청할 수 있었습니다. 통신사는 요청된 정보 중 100%를 제공했습니다. 제보에 따르면 2019년 이후 요청 건수는 감소 추세를 보이다가 2023년에 다시 증가했습니다.

2023년 7월 21일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전기통신사업법(이하 '이 사건 법률')이 2023년 12월 29일 개정되었습니다. 개정안은 '통신이용자정보 취득에 대한 사후 통지 절차'의 부재를 해결하기 위한 개정안이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이러한 공백이 적법 절차 원칙을 위반하여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통신이용자정보 제공요청에 영장이 필요하지 않은 것은 사업자에게 강제성이 없는 정보제공요청이기 때문에 합헌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통신 사업자가 통신이용자정보 요청을 거부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법률은 국내법에 따라 허용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헌법재판소는 정부에 2023년 12월까지 법개정 시한을 부여했습니다. 이로 인해 의안번호 2125983과 최종적으로 법의 개정으로 이어졌는데,  이용자에 대한 고지기간이 설정되고, 사업자의 의무가 명시되었습니다.  시행된 개정안은 사업자의 책임을 명확히하고 관할 부처에 신고해야 하는 의무를 명시했습니다.

법 개정으로 인해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 이용자에게 30일의 고지기간이 생겼습니다. 고지에는 조회 내용 및 목적, 정보 수신자, 통신을 제공한 날짜가 포함되도록 규정되어 있습니다. 국가 안보, 피해자의 신변 안전에 위협이 되는 경우, 공정한 사법 절차의 수행에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 피의자, 피해자 또는 관련자의 사생활이 침해되는 경우, 행정 절차 진행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고지를 연기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 세 가지 사유에 대해서는 최대 3개월의 유예기간을 두 번까지 부여합니다.

접수된 제보의 정확성을 예단하고 싶지 않지만, 특별보고관은 전기통신사업법과 관련하여 사생활 및 가족생활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심각한 우려를 표명합니다.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 규약(ICCPR) 제17조는 개인을 사생활, 가족, 가정, 서신에 대한 자의적 또는 불법적인 간섭과 명예와 평판에 대한 공격으로부터 보호하는 프라이버시 권리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 조항은 이러한 간섭에 대한 보호 권리를 추가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ICCPR 제17조에는 개인 데이터 보호에 대한 권리가 포함되어 있는데, 이는 무엇보다도 국가가 명확하게 정의된  상황과  안전장치를  제외하고는  기업이  개인  데이터를  대량으로  보유하거나  개인  데이터에  접근할 것을 요구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공공 기관이든 개인 또는 단체든 컴퓨터, 데이터 은행 및 기타 장치에서 개인 정보를 수집하고 보유하는 것은 법률에 의해 규제되어야 합니다(CCPR/C/GC/16). 이 일반논평은 또한 모든 간섭은 '합리적'이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인권위원회는 '합리적'이라는 용어를 "추구하는 목적에 비례해야 하고, 사건의 상황에서 필요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해 왔습니다(Toonen v Australia (1994), PARA. 8.3).

먼저, 특별보고관은 대한민국 정부의 2023년 법률 개정을 환영합니다. 이번 개정안은 사후 고지를 통해 적법절차의 원칙을 보다 철저히 준수할 수 있도록 보장할 것으로 믿습니다. 이러한 고지를 통해 이용자의 배상청구권이 강화되고 프라이버시 침해에 대한 법의 보호를 받을 권리가 더 잘 보장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또한, 이는 적법 절차에 관한 ICCPR 제14조에 대한 당사국의 준수를 강화할 것으로 확신합니다.

이러한 진전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단계라고 생각하여 환영하지만, 현재 법률이 허용하는 통신이용자정보 제공은 프라이버시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특히, 정부가 개인의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는 감시의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특별보고관은 정부당국의 정보활용 및 폐기에 대한 규제가 부족한 점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하고자 합니다. 제 전임 특별보고관의  2019년 대한민국 방문 보고서(A/HRC/46/37/Add.6)에 따르면, 640만~930만 건의 통신이용자정보 제공요청이 있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러한 건 수는 "데이터에 대한 접근이 때때로 우연히 요청되며, 대부분의 경우 실제로 필요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것을 시사한다"(62항)고 기술하고 있습니다. 또한, 통신이용자정보가 활용되면 삭제된다는 명확한 가이드도 없이 대량의 정보를 요청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또한 이러한 대량 정보수집이 비례성 원칙을 따르고 있는지, 국제법에서 정한 규정을 위반하여 자의적으로 사용된 것은 아닌지 우려됩니다.

"디지털 시대의 개인정보 보호 및 프라이버시를 위한 법적 안전장치"보고서(A/HRC/55/46)는 국가가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권리를 보호하는 시스템을 구축하여 정보주체가 자신의 개인정보가 처리되는 것을 인지하고, 자신의 데이터에 대한 적절한 통제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침해가 발생한 경우 해당 권리 회복 또는 피해 보상을 위한 구제책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특별보고관은 또한 영장 없는 요청이 허용된다는 점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를 표합니다. 공정한 사법 메커니즘은 프라이버시 권리 보호에 있어 매우 중요합니다. 사법부는 자의적인 결정을 막고 기본권을 온전히 보호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특별보고관은 당사국에 "무분별한 접근을 막고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제공요청의 건 수를 줄여 개인정보 보호를 개선하기 위해 이러한 제공요청을 사법적 감독, 또는 매우 바람직하게는 새로운 제도인 SIPC의 감독을 받는 것이 좋을 수 있다"(62항)는 방문조사 보고서의 조사결과를 상기시키고자 합니다.

또한, "통신사업자가 수사 목적으로 영장 없이 가입자 정보를 요청할 수 있다"(para. 42)는 사실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대한민국 제4차 정기보고서(CCPR/C/KOR/CO/4)에 대한 자유권위원회의 최종견해를 상기하고자 합니다. 위원회는 국내법과 ICCPR 간의 더 나은 호환성을 보장하기 위해 영장을 사용할 것을 제안했습니다(para. 43).

앞서 살펴본 혐의사실 및 우려와 관련하여, 이러한 혐의와 관련된 국제인권기구 및 기준을 서술한 국제인권법참조 부록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인권이사회가 제게 부여한 권한에 따라 우리의 주의를 환기시키는 모든 사건을 명확히 하는 것이 저의 책임이므로, 다음 사안에 대한 당사국의 의견을 회신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위에 언급된 의혹에 대한 추가 정보 및/또는 의견을 제공해 주시기 바랍니다.
  2. 전기통신사업법의 적용이 국제인권법에 어떻게 부합하는지, 그리고 프라이버시권을 보장하기 위한 적법성, 투명성, 비례성의 원칙에 따라 적절하게 적용되는지 설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3. 언론인, 활동가, 인권 옹호자, 정치적 반대자에 대한 전기통신사업법의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취한 조치를 알려주세요.
  4. 정치적 비판자로부터 수집한 정보의 보관 및 이들에 대한 수사의 존재 여부에 대한 정보를 업데이트 해주시길 바랍니다.

이 서한과 당사국으로부터 받은 모든 답변은 60일 이내에 커뮤니케이션 보고 웹사이트를 통해 공개됩니다. 또한 이후 인권이사회에 제출되는 정기(일반)보고서에도 공개될 것입니다.

답변을 기다리는 동안, 특별보고관은 당사국에게 위반 혐의를 중단하고 재발을 방지하고, 조사 결과 혐의가 사실로 확인되거나 혐의가 옳다고 판단되는 경우, 위반 혐의에 책임이 있는 모든 사람의 책임을 묻기 위해 필요한 모든 임시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합니다.

대한민국 정부에게 존경과 배려를 표하며,

아나 브라이언 누그레레스

프라이버시권 특별보고관

 

Annex

국제인권법에 대한 참조

접수된 사실과 우려와 관련하여, 저는 이 커뮤니케이션에 적용되는 원칙과 국제 기준에 대해 각하 정부의 주의를 환기시키고자 합니다.

저는 당사국에 누구도 자신의 사생활, 가족, 가정 또는 서신에 대해 자의적이거나 불법적인 간섭을 받거나 명예와 명성에 대한 불법적인 공격을 받아서는 안 되며, 모든 사람은 그러한 간섭이나 공격으로부터 법의 보호를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는 ICCPR 제17조를 참조할 것을 권합니다. 또한 자유권위원회는 제17조와 관련된 일반논평 16번에서 전자적이든 다른 방식이든 감시는 원칙적으로 금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공정한 재판과 적법한 절차에 대한 권리를 보장하는 ICCPR 제14조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ICCPR 제14조 1항은 법원과 재판소에서의 평등과 모든 사람이 법률에 의해 설립된 권한 있고 독립적이며 공정한 재판소에 의해 공정하고 공개적인 심리를 받을 권리를 일반적으로 보장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