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 수석, AI 교과서 입장 명확히 밝혀야
- 핀란드, 스웨덴 등 AI 교과서 도입했다가 폐기한 경험 참고해야
- AI 정책은 미래 사회 민주주의에 관한 문제, 산업계 이익 편중 안돼
1. 언론보도에 따르면 하정우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이 지난 윤석열 정권이 일방적으로 추진했던 AI 디지털 교과서(AI 교과서)의 교과서 지위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고 알려졌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에 배치된다. 윤석열 정권이 무리하게 추진하려던 AI 교과서 도입은 교육단체들뿐 아니라 시민사회에서도 반대해 왔다. AI 미래기획 수석의 역할은 각계의 의견을 반영, 조율하여 국가 차원의 AI 정책을 수립하는 자리이다. 하 수석은 지난 정권에서 무분별하고 반헌법적으로 밀어 붙였던 AI 디지털 교과서 정책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다.
2. 교과서 채택은 교육의 본질적인 사항에 해당하는 것으로 법률로 규정하는 것이 합당함에도 윤석열 정권의 이주호 교육부장관은 초∙중등교육법이 아닌 ‘교과용도서에 관한 규정’ 시행령으로 밀어 붙여 헌법 위반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국회는 지난 2월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 과정에 대한 감사원 감사요구안'을 통과시켰고, 교과용 도서 관련 법규 체계 및 AI 교과서 도입 방안, 교육부의 AI 교과서 도입 과정 등에 대해 감사원은 현재 실지감사에 착수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AI 교과서 발행사들과 에듀테크 기업들은 교과자료 격하에 반발하며 교육부를 상대로 3000억대의 행정소송을 제기하여 진행 중이다.
3. 교육주체인 학생, 학부모, 교사들로부터 여러 논란이 제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AI 교과서는 민주주의 원칙을 역행하며 졸속으로 추진되어 왔다. 무엇보다 AI 교과서는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다. 2010년 대에 이미 AI 교과서를 도입했던 핀란드와 스웨덴 정부는 문해력 저하와 집중력 저하 등의 문제로 최근 AI 교과서 도입을 중단하는 조치를 취했다. 특히 내년 1월에 시행될 인공지능기본법에 따르면, AI 교과서가 학생평가에 사용될 경우 고위험[고영향] 인공지능에 해당한다. 그런데 AI 교과서가 고위험에 합당한 위험관리, 설명방안, 이용자 보호, 감독, 문서 관리 등의 책무 사항을 준수하고 있는지는 미지수이며, 기본권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 영향평가를 받을 준비 또한 충실히 갖추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심지어 AI 교과서는 학생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조차 갖추지 않아서 얼마전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시정권고를 내리기도 하였다.
4. 네이버클라우드는 한국교과서협회와 함께 AI 교과서에 깊이 관여해 왔다. 하정우 수석은 네이버클라우드 AI센터장으로 있으면서 네이버클라우드가 추진하는 AI 교과서 사업을 적극 홍보하고 관여한 핵심 인사였다. 이재명 정부의 핵심 정책이라 불리는 AI 정책을 총괄해야 하는 자리가 자칫 특정기업의 사적 이익 추구의 도구로 전락하지 않기를 바란다. 하 정우 수석은 AI 교과서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몸담았던 기업의 관점에서 AI 교과서를 계속 옹호하는 것이라면, 이는 고위공직자로서 매우 부적절한 처신이다.
5. 한편 인공지능기본법에 대해서 산업계가 2~3년의 시행 유예를 요구해온 가운데, 같은 내용의 유예 법안을 대표발의한 황정아 의원이 국정기획위원회에 참여했다. 그런데 얼마전 국정기획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인공지능기본법의 규제 조항을 3년 유예하기로 가닥을 잡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비록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공식적으로 보도내용을 부인하기는 하였으나, 이재명 정부가 인공지능법 규제 유예를 검토할 가능성이 여전히 잔존해 있다.
6. 시민사회는 AI 위험에 대한 최소한의 요구들이 산업계 이익을 위해 연달아 좌초될 상황에 처한 현실이 매우 우려스럽다. 기존의 국가인공지능위원회는 물론 신임 AI 수석, 국정기획위원회에서 AI 정책을 다루는 인사 자체가 산업계에 편중되어 있다. AI 강국이라는 명분으로 산업계 이익을 위하여 시민을 위한 위험 규제를 모조리 완화하는 참사가 벌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AI 정책은 미래 사회 민주주의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는 AI 정책에 있어 산업계 이익에 편중돼서는 안되며, AI로부터 영향을 받게 될 일반 시민의 이익과 권리를 보장해야 할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