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자체 통합관제센터의 군경 상시 열람, 국민 감시 우려된다
12월 3일 비상계엄 사태는 우리 사회 민주주의가 아직 연약하고 군과 경찰이 여전히 국민의 인권을 자의적으로 유린할 수 있는 상태임을 깨닫게 하였다. 우리는 특히 정보인권단체로서 서울시 CCTV를 계엄군이 700여차례 접속하는 동안 서울시가 아무런 사전사후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을 엄중 규탄한다. 또한 재발방지를 위하여 모든 지방자치단체 CCTV 통합관제센터에 대한 군 접속을 즉각 해제할 것을 요구한다.
여러 언론의 보도와 관련 정보를 종합하면, 수도방위사령부와 특전사 소속 군인들은 계엄 5시간 전부터 서울시 CCTV에 700여 차례 접속 하였고 국회 계엄 해제 결의안 통과 직후에는 국회의장 공관 인근 CCTV를 여러 차례 확인했다. 군이 서울시 CCTV를 열람한 목적은 ‘장비 점검’과 ‘시스템 테스트’라고 알려졌다. 서울시는 이런 사태에 대하여 군, 소방, 경찰 등에 서울시 CCTV를 상시 열람할 권한이 있으며, 상시 열람에 대해서는 서울시 허가가 필요하지 않고, 열람에 따른 책임 또한 서울시가 아니라 열람 기관에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이는 개인정보보보호법의 관련 조항을 크게 일탈하였을 뿐 아니라 헌법이 보호하는 국민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중대하게 침해하는 처사이다.
CCTV를 설치하고 운영하는 주체인 개인정보처리자는 각 지방자치단체임이 명확하다. 만약 군이나 경찰 등 제3자가 지자체 영상정보를 열람하는 등 제공받기 위해서는 각각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적법한 근거를 갖추어야 한다. 영상정보를 제공받는 제3자는 원칙적으로 재난과 치안 등 본래 CCTV가 구축된 목적 안에서만 이용할 수 있다. 만약 설치 목적 외로 줌이나 회전 등 조작을 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형사처벌을 받는다.
군이나 경찰 등 제3자가 설치 목적 내에서 CCTV 영상을 이용하더라도 개인정보처리자인 지방자치단체와 제공받는 제3자 기관은 국민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최선의 조치를 다해야 한다. 그러나 CCTV 통합관제센터의 운영주체이자 개인정보처리자인 서울시는 제3자 열람을 사전적으로 통보하거나 승인하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서울시는 2020년 구축된 "국토교통부 안전망 서비스"를 통해 영상 정보를 제공하였다며 통보나 승인조차 필요없는 상황이라고 발뺌하는 중이다.
지방자치단체 CCTV 통합관제센터는 재난이나 치안 목적 등 개인정보보호법이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근거에 따라 적법하게 운영되어야 한다. 그런데 군이나 경찰 등 제3자가 CCTV 통합관제센터나 국토교통부 안전망에 상시 접속하여 자기가 원하는 언제 어디든지 CCTV를 통해 감시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이는 개인정보보호법이 허용하는 범위를 넘어서는 국민 감시 상황에 분명하다. 군이나 경찰이 적법한 업무 수행을 위해 CCTV 열람이 필요하다면 상시 열람이 아니라 적법한 근거에 따라 개별적으로 제공 승인을 받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원 개인정보처리자인 지방자치단체가 제3자 영상 열람을 승인하기는 커녕 통보조차 받을 수 없다면 개인정보보호법 제25조가 요구하는 "법령에서 허용하는" 운영을 보장할 수 없다. 나아가 만약 제3자가 줌이나 회전 등 직접 CCTV를 조작한다면 지방자치단체는 이에 대해 즉각적인 형사 고발에 나서 응당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개인정보처리자 지방자치단체가 CCTV의 위법한 운영을 방치한다면 해당 지방자치단체 또한 위법에 대한 책임을 벗어날 수 없다.
최근 CCTV는 인공지능 기술을 기반으로 정밀한 식별과 추적 기능을 갖추고 점차 지능화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에서 마련한 경찰청 제2차 치안과학계획에서는 타기관 CCTV를 경찰에 통합하고 이를 분석 및 예측하는 인공지능 체계를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모든 공공 CCTV의 설치 운영이 국민의 안전을 위해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예외적으로 허용되고 있을 뿐 국민 감시 목적이 아니라는 사실을 완전히 망각한 계획이며 위험한 경찰국가적 발상이다.
우리는 이번에 계엄군이 서울시 CCTV를 제맘대로 열람하는 탈법적 사태를 목격했다. 지방자치단체 CCTV에 대한 군경의 상시 열람은 국민 감시나 다름이 없고 계엄군의 CCTV 감시 사태의 재발을 방지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 우선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 관련 기관은 즉각 전국 지방자치단체 CCTV 통합관제센터의 관련 실태를 전수 점검하고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하는 조작에 대해서는 마땅한 법적 책임을 부과해야 한다. 모든 지방자치단체와 국토부는 전국 CCTV 통합관제센터에 대한 군과 경찰의 직접적인 상시 연결 또는 국토부 시스템을 통한 모든 상시 접속을 해제해야 한다. 국회는 이와 같은 사태 방지를 위하여 모든 지방자치단체 CCTV에 대한 군경의 상시 열람을 금지하는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
2024년 12월 26일
정보인권연구소, 진보네트워크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