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시설비를 도입할 때 노동조합과의 합의 의무화
- 감시설비 도입도 근로조건, 고용노동부의 감독 필요
- 과도한 개인정보 수집과 부당한 감시 규제해야
인공지능 등 지능정보기술의 고도화되면서 노동자에 대한 감시도 더욱 은밀하고 세밀하며 포괄적이 되고 있다. 사무실 안에 있지 않아도 노동자의 일거수 일투족을 언제든 추적할 수 있는 환경이다. 노동자의 프라이버시와 존엄성은 근로 시간에도 박탈당할 수 없는 기본권이다. 이미 20년 전부터 노동감시의 문제가 지적되어 왔지만 아직까지 노동감시를 규율하고 노동자의 기본권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제는 미흡한 상황이었다. 지난 3월 30일 정의당 강은미 의원이 발의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감시설비의 설치ㆍ운영시 구체적인 운영 조건이나 방식을 노동조합 또는 노동자 대표와 합의하도록 하는 등 노동감시의 규제와 노동자 권리 보호를 내용으로 하고 있다. 강은미 의원의 전자적 노동감시 규제법안 발의를 환영하며, 이 개정안을 조속히 처리해줄 것을 국회에 촉구한다.
우리는 지난 2021년 전자적 노동감시에 대한 실태조사를 수행한 바 있다. 이를 통해 △ 직장 내에서 노동자 관리 및 감독을 위한 전자기술의 도입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 △ 상당수 사업장에서 노동자에 대한 고지도 없이 감시설비를 설치하고 있다는 점 (고지 없이 설치하는 비율이 20~30% 정도, 설치 후에 고지를 하는 비율이 15~25%), △ 노동조합이나 근로자 대표와의 협의 비율은 10% 정도로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이 거의 지켜지고 있지 않다는 점, △ 노동자의 절반 정도가 감시설비로 인한 노동통제 강화를 경험하고 있다는 점, △ 이러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고용노동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 감독 기관의 감독이 부재하다는 점 등을 확인한 바 있다.
강은미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다음과 같이 현행 법제의 공백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첫째, 감시설비의 설치ㆍ운영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사업 목적 달성에 필요한 범위에서 노동자의 권리 침해를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노동조합 또는 노동자 대표와의 합의를 통하여 도입하도록 함으로써, 노동자 모르게 감시설비를 설치하거나 필요 이상으로 과도한 감시를 방지할 수 있다.
둘째, 감시설비의 설치 및 감시설비를 통하여 수집한 근로자의 개인정보 처리에 관한 사항을 근로조건으로 규정함으로써, 노동자 및 노동조합의 권리임을 명확히하고 고용노동부가 이에 대해 감독할 수 있도록 하였다.
셋째, 감시설비의 대체 수단을 요구할 권리의 보장, 사생활 침해가 우려되는 장소에의 설치 금지, 노동조합에 대한 감시 금지 등을 명확히 하여 감시설비가 남용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원격 근무가 늘어나면서 보이지 않는 원격 감시가 증가하고 있고, 인공지능이 업무에 활용되거나 플랫폼 노동이 증가하면서 알고리즘을 통한 노동 통제도 확대되고 있다. 더 늦기 전에 감시설비의 도입을 규제하고 노동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법제를 정비하지 않는다면, 신기술의 발전이 노동자에게는 달갑지 않은 감시 사회를 앞당길 뿐이다.
국회는 직장 내에서 노동자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법제 마련에 즉각 나설 것을 촉구한다.
2022년 4월 1일
노동권연구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디지털정보위원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사)정보인권연구소, 진보네트워크센터, 한국노동조합총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