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민사회의 연계정보(CI)에 대한 법적 도전은 계속될 예정
- 코로나19 위기가 가속화 할수록 비대면 원격서비스가 급증하고 있다. 일견 편리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정교한 온라인 추적에 대한 법적인 한계를 설정하고 정보주체 보호를 위한 제도적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온라인 주민등록번호인 연계정보에 대한 보호 요구를 외면하고 시민사회의 2차례의 헌법소원심판청구에 각하 결정을 내렸다.
- 한국에서 시민에 대한 고유한 식별은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왔다. 출생시 부여되는 주민번호는 사망시까지 거의 변치 않아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누군가를 식별하고 추적하는 데 매우 유용하게 사용해 왔다. 그러나 주민번호 남용과 유출이 급증하면서 피해가 끊이지 않자 정부와 국회는 2014년 뒤늦게 주민번호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였다. 이때부터 법령상 근거가 없는 주민번호의 처리가 금지되고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 민간의 주민번호 사용이 원칙적으로 금지되었다.
- 그런데 최근 공공기관의 행정적인 고지가 알려준 적 없는 카카오톡이나 통신사 문자로 도달되기 시작하였다. 미납요금 통지나 범칙금 통지 등 불이익한 처분 역시 모바일로 고지되고 있다. 수사기관도 국내 온라인 서비스에서 과거보다 국민을 더욱 손쉽게 추적하고 있다. 주민번호의 사용이 제한된 후에도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이 광범위하게 국민을 식별할 수 있는 비밀은 바로 연계정보(Connecting Information, CI)에 있다.
- CI는 주민번호를 암호화하는 방식으로 생성되어 전국민을 1:1로 식별할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 법제도는 CI를 주민번호처럼 보호하지 않고 있기에,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이 이를 범용으로 광범위하게 사용하고 있으며, 과거 주민번호 남용과 동일한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 정보주체인 시민은 자신의 온라인 주민번호가 언제 어떻게 생성되고 이용되는지 알지 못한다. 공공기관과 민간기업 간에 CI를 전자적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시민은 온라인 공간에서 상시적으로 식별되고 추적되는 대상으로 전락했다. 정보주체는 자신의 CI를 열람할 권리도 보장받고 있지 못하며, 그 제공을 반대하거나 처리를 거부할 권리를 행사할 수도 없다.
- 이런 상황이 중대한 정보인권 침해라고 판단한 시민사회가 문제제기를 시작하였다. 2021년 3월 10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디지털정보위원회, 진보네트워크센터, 사단법인 정보인권연구소 등 3개 시민사회단체는 CI 제도에 대한 헌법소원을 청구하였다. CI의 생성·발급·처리 등의 행위가 헌법 상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으며, 이를 규정하고 있는 정보통신망법 제23조의2 제2항, 제23조의3 제1항 역시 ‘대체수단’에 연계정보가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는 취지였다.
-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2021년 4월 24일 위 헌법소원심판청구에 대하여 각하 결정을 내렸다(헌법재판소 2021. 4. 27. 선고 2021헌마297 결정). 청구인들이 자신의 CI가 언제 생성되었는지 정확히 알고 있지 못하지만, 상당히 오래 전에 생성되었을 것이기에 청구기간이 도과하였다는 다분히 형식적인 이유였다. 무엇보다 헌법재판소는 본인확인기관은 민간이기 때문에 한국인터넷진흥원, 방송통신위원회 등이 CI모듈을 제공하는 등 사실상 CI의 생성 및 활용에 광범위하게 관여하고 있음에도 이러한 생성 및 활용을 공권력 행사로 볼수 없다는 납득할 수 없는 이유도 들었다.
- 청구인들과 단체들은 다시 한번 논리를 보강하여 2021년 4월 30일 2차로 헌법소원을 청구하였다. 그러나 6월 22일 헌법재판소는 1차 각하 결정과 유사한 사유로 또다시 각하 결정을 내렸다(헌법재판소 2021. 6. 22.선고 2021헌마489 결정). 공공기관이 연계정보를 최초로 보유한 시점을 청구기간의 기산점으로 삼아 청구기간이 도과하였다고 보았고, 본인확인기관은 공무수탁사인도 아니라고 보았다.
- 청구인을 비롯하여 헌법소원을 청구한 단체들은 헌법재판소의 이런 결정들이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기본권 침해의 사유가 발생한 날을 CI 생성 또는 제공시점으로 본 것은 참으로 부당하다. 자신의 온라인 주민번호인 CI가 언제, 어떻게 생성되었는지 당사자인 정보주체가 전혀 알 수 없다는 점,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등의 현실적 침해 시점은 결국 당사자가 이를 인식한 때라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청구인의 이익에 대한 고려 없이 청구기간을 해석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본안 판단을 회피하기 위한 형식적 결정이 아닌지 의심된다.
- 앞서 살펴보았듯이 헌법재판소는 CI가 전국민 주민번호를 토대로 국가적으로 생성하여 보급되고 있음에도 그 발급주체가 민간 본인확인기관이기에 공권력 행사가 아니라고 본 것은 매우 형식적이다. CI의 생성 기법과 생성 기관은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인터넷진흥원에서 국가적으로 지정하며, 이를 토대로 CI가 광범위하게 생성되고 활용이 되고 있다.. 이러한 지점에서도 헌법재판소가 온라인 주민번호에 대한 심사를 궁색하게 회피려한 것은 아닌지 의문스러울 수 밖에 없다.
- 우리 단체들은 헌법재판소의 각하 결정에 다시 한번 깊은 유감을 표하며, 헌법재판소가 제시한 형식적 사유 또한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을 명백히 밝힌다. 비대면 시대에 전국민을 온라인에서 고유하게 식별하는 CI에 대한 제도적인 규제와 정보주체 기본권 보호의 필요성은 더욱 중대해지고 있다. 따라서 우리 시민사회는 향후에도 온라인 주민번호에 대한 사법적인 문제제기를 멈추지 않고, 계속 도전할 것이다.
2021년 7월 14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디지털정보위원회, 진보네트워크센터, 사단법인 정보인권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