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개발 위해서라면 개인정보 원본마저도 활용 허용하겠다는 데이터산업법 개정 시도에 반대한다
1. 인공지능(AI) 세계 3강을 이룰 수 있다면, 다른 사회적인 가치는 무시해도 좋은 것인가. 최근 정부와 국회의 행보는 AI 개발을 위해서라면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기본규범마저 내팽개칠 기세다. 지난 9월 9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배경훈 장관은 독자 AI 파운데이션 프로젝트 착수식에서 "문화체육관광부 만나 저작권 논의하고, 개인정보위 만나 개인정보 이슈 풀겠다"고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나서서 기업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개인정보 보호법을 우회하거나 완화하도록 하겠다는 얘기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2025년 정기국회 중점 처리 법안(2025년 8월 28일자 자료)의 하나로 “AI 개발을 위해 개인정보 등 원본 데이터를 활용”을 목적으로 하는 ‘데이터 산업진흥 및 이용촉진에 관한 기본법’(이하, ‘데이터산업법’)을 포함하였다. AI 개발을 위해서라면 개인정보의 목적 외 활용 제한이라는 개인정보보호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조차 무시하겠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개인정보보호는 내팽개친 정부 여당의 AI 발전 전략을 규탄한다.
2. 개인정보 보호가 AI 개발에 걸림돌이 된다는 정부 여당의 압박에 헌법상 기본권인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수호해야 할 개인정보보호위원회마저 굴복한 상태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국민의힘 고동진 의원을 통해 "AI 기술개발 및 성능개선을 위하여 개인정보 원본 자체를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하였다. 이 법안은 AI 성능개선을 위해서라면 원본데이터를 그대로 학습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개인정보보호의 기본원칙을 규정한 개인정보보호법에 담음으로써 스스로 개인정보 보호의 기본 원칙을 훼손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3. 그런데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려고 하는 데이터산업법 개정은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우선, 아직 법안이 발의되지 않아 구체적인 내용은 알 수 없으나, 데이터 산업진흥을 목적으로 하는 데이터산업법 개정을 통해 발의될 경우 민병덕, 고동진 의원의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보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안전조치가 더욱 후퇴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그나마 민병덕, 고동진 의원안의 경우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심의를 받도록 하고 있지만, 데이터산업법 개정을 통해 추진될 경우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아무런 통제 장치를 두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둘째, 산업 진흥을 목적으로 개인정보보호법을 우회하는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점이다. 데이터산업법을 통해 개인정보보호법을 우회할 수 있다면, 다른 분야에서도 유사한 요구가 쏟아질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뿐만 아니라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등 대부분의 부처가 자기 분야의 산업 진흥을 위해 개인정보보호법을 우회하고자 할 것이다.
4. AI 산업을 발전시키고자 하는 것도 궁극적으로 더 나은 삶과 사회를 위한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사회는 비단 AI 기술과 산업이 발전했다고 이루어지지 않는다. 어떠한 원칙과 가치를 기반으로, 어떠한 AI의 개발과 도입을 우리가 추구할 것인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또한, 그러한 정책 결정이 소수의 관료와 자본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AI의 영향을 받는 모든 사람이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정부 여당은 AI 개발을 목적으로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제한하거나 우회하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