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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수석과 시민사회의 간담회, AI 정책이 기술산업정책이 아니라 사회정책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되어야

AI 수석과 시민사회의 간담회, AI 정책이 기술산업정책이 아니라 사회정책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2월 9일(월) 국가AI전략위원회에서 하정우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과 시민사회 대표들이 AI 기본법과 AI 행동계획 등 국가 AI 정책을 주제로 ‘AI 시대 사회변화 대응을 위한 국가AI전략위원회-시민사회 간담회’를 개최하였다. 시민사회 대표들이 제기한 것은 한국의 AI 정책이 전반적으로 산업 육성을 중심에 둔 기술산업정책에 머물러 있으며, 이 과정에서 AI의 위험으로부터 시민의 안전과 인권을 보호할 수 있는 안전장치나 노동, 여성, 복지, 평화, 기후, 인권 등 중요한 사회적 의제들이 제대로 다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 문제제기를 하고 정부의 입장을 질의하였다.

먼저 오병일 디지털정의네트워크 대표는 AI 기본법을 비롯한 정부의 AI 정책이 AI 산업 진흥에만 방점을 두어 왔음을 비판하며 AI의 위협으로부터 시민의 인권과 안전의 보호 또한 정부의 중심적인 AI 정책 기조로 삼을 것을 요청했다. 또한, AI 기본권 제정 과정에서 시민단체 의견수렴이 거의 없었음을 비판하며 시민사회가 동등하게 참여할 수 있는 AI 거버넌스의 구축을 주문하였다.

김진석 참여연대 공동집행위원장(사회복지위원회 실행위원)은 정부 AI 액션플랜의 ‘AI 기본사회’ 개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것이 시민의 삶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비전이 부재하다고 비판하며, 현재 계획은 AI가 사회의 기본이 되도록 구조를 바꾸는 데 치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복지·돌봄 등 핵심 사회정책 영역이 AI 행동계획에서 충분히 다뤄지지 않고 있다며, AI 정책은 산업 중심 전략을 넘어 국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키는 사회정책으로서 전반적인 제도와 법·거버넌스에 반영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혁 민주노동연구원 원장은 AI 전환에 따른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이 심각하고, 특히 청년과 전통 산업의 일자리가 감소되고 있기 때문에 직무 재훈련, 재교육 비용과 시간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며, 알고리즘에 의한 노동통제가 심해져 AI 투명성 의무와 이의를 제기할 권리 등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AI 기술격차와 AI 플랫폼에 의한 불안정노동 증가 등에 따른 노동법 적용 확대 등 취약집단 보호책 등에 대응하기 위해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룰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김병권 녹색전환연구소 소장은 우리 정부의 AI정책에 ‘그린 AI’ 내용이 아예 없는게 가장 큰 함정이라고 지적하며, 기후와 환경에 주는 부담을 최소화시키고, 재생에너지로 뒷받침되는 AI 데이터센터 지향을 공공정책에서 분명히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한 AI에너지 관련 정보공개가 전혀 되지 않아 소모적 논쟁을 유발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양이현경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AI 행동계획이 산업 성장에만 치우쳐 있으며, 데이터와 알고리즘에 내재된 젠더 편향과 차별, 딥페이크 성폭력, 채용·노동·돌봄 영역에서의 여성 배제 등 이미 현실에서 나타나는 인권 침해와 불평등 문제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AI 정책 결정 과정에서도 여성의 참여가 극히 제한되어 있다고 지적하며, AI 정책은 산업 전략이 아니라 성평등과 인권을 중심에 둔 사회정책으로 재구성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영아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팀장은 자율살상무기 등 군사 AI 시스템이 인간의 생명과 안전을 기계에 맡기고 예기치 않은 민간인 피해를 초래할 위험이 있음에도, 국방 AI 행동계획이 법적·윤리적 책임 문제를 외면한 채 기술 발전의 긍정적 측면만 강조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자율무기의 통제와 책임, 투명성과 설명가능성 등 이슈를 숙의하기 위한 공론장 마련과 시민사회와 다양한 전문가가 참여하는 거버넌스를 요구했다. 또한 국정원의 국가안보 목적 AI가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 것은 광범위한 감시 위험을 키우는 매우 심각한 문제로서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을 강조했다.

장여경 정보인권연구소 상임이사는 AI 기술이 사회 전반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만큼, 국가 AI정책도 모든 시민의 이해관계를 살피는 사회정책으로 전환되어야 하지만, 행동계획을 비롯한 정부 정책은 적어도 데이터 정책에 있어 규제완화 일변도의 정책으로 정보주체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또한 과기부 중심 기술산업정책으로 다양한 사회정책부처들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으며, AI 기본법에서 고영향 AI가 기본권에 미치는 영향이 중요하지만 과기부는 국가인권위원회와 협의조차 제대로 하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디지털정보위원회 최호웅 위원장은 AI 기본법이 ‘인권 기반 접근’을 채택할 필요성을 제기하며, 사회적으로 용인할 수 없는 AI 활용에 대한 명확한 금지 규정과 피해 발생 시 이의 제기와 구제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또한 채용 등에서 AI로 인해 침해를 받는 ‘영향받는 자’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당사자들이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제도화해야 함에도 현재는 그러한 참여 체계가 충분히 구축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비판과 질의에 대해 하정우 수석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은 정부의 AI 정책 기조에서 사람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동의하고, 다만 격화되는 글로벌 경쟁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 산업 진흥을 위해 시급히 할 수 있는 일들을 중심에 두었고 사회정책과 같은 공론이 필요한 의제들은 행동계획에 담기 힘들었다고 설명하였다. 다만, 이번 간담회가 사회정책으로서의 AI 정책을 논의해나가는 시작이 될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하였다.

시민사회 대표들의 모든 질의에 대해 충분하게 답변이 된 것은 아니지만, AI로 인한 일자리 전환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노동조합이 능동적으로 참여하여 정책을 설계하도록 하겠다는 것, 정부 역시 데이터센터의 정보공개 및 실태조사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한다는 것, 국방 AI 기본법 제정 과정에서 국제법 및 인권 전문가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 국정원의 AI 도입이나 적용은 국가안보라는 제한적인 범위에서 이루어지고 국회를 통한 통제나 보고를 따르도록 행동계획에 반영을 했다는 것, ‘영향받는 자’의 권리 내용과 절차를 구체화하고 보장을 위한 계획과 준비를 하겠다는 것, 인공지능기본법을 소관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국가인권위원회와 협의해야 할 필요성 등을 확인한 점은 의미있었다고 평가한다.

한편, 사회정책으로서의 AI 정책이 단시간에 만들어질 수 없고 충분한 공론화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글로벌 경쟁 때문에 산업정책으로서의 AI 정책을 우선 추진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은 선뜻 동의하기 힘들다. 하정우 수석은 AI 전환과 관련하여 “기술이 우선 앞서 가고, 사회가 따라가는 구조”의 시대적 불가피성을 반복하여 강조하였으나, 그 “앞서가는” 기술은 이미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에 구체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AI 기술이 계속 진화하듯, AI의 영향에 대한 사회적인 숙의와 정책적인 대응 역시 끊임없이 진화해야 한다. 기술이 앞서 갈 수 있도록 정부와 온 사회가 나서서 길을 터주는 노력을 하는 만큼, 사회정책으로서의 AI 정책에 대한 논의 역시 그만큼이나 선제적이고 전면적으로,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이미 시작되었어야 했다. 아쉽지만 오늘의 간담회가 그러한 논의의 시작점이 되기를 바라며, 앞으로 한국의 AI 정책이 시민사회의 의미있는 참여 속에서 형성될 수 있는 거버넌스 체계를 함께 마련해나가기를 기대한다. 끝.

2026년 2월 10일

녹색전환연구소, 디지털정의네트워크, 민주노동연구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디지털정보위원회, 정보인권연구소, 참여연대, 한국여성단체연합